무지가 무죄는 아니다_20190218

[마가복음 15:1-15]

 

15.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오늘 본문 안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수 밖에 없는 죄악된 세상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첫째, 종교 지도자들의 타락입니다. 대제사장들을 중심으로한 지도자들이 담합하여 예수님을 죽이는 음모를 진행합니다. 신성모독 죄를 넘어 국가 반역의 정치범으로 몰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무리를 충동하고 빌라도를 압박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라 하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자들이라 하면서 말씀에 대한 지식도 기준도 분별력도 없습니다. 

 

빌라도도 알아차릴 만큼 시기심에 가득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돈과 명예와 권력을 섬기고 추종하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상 권세와 이익을 누리는 자들입니다. 

 

둘째, 정치 지도자의 불의입니다. 빌라도는 세상 정치와 권력이 얼마나 불의한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정의와 공의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사익과 무리의 선동에 편승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줍니다. 

 

‘빌라도는 억울하다, 사도신경에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틀렸다, 빌라도는 어쩔 수 없이 그랬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빌라도는 불의하고 죄악된 세상의 대표입니다. 

 

빌라도는 바라바가 아니라 죄 없는 예수님을 당연히 석방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입니다. 불의한 세상에서는 죄 없는 자가 죽게 되고 죄 있는 자는 오히려 살게 됩니다. 지도자가 타락하면 온 백성이 타락합니다. 법과 원칙과 기준이 사라집니다. 불법과 불의가 성행하게 됩니다. 

 

셋째, 무리들의 무지입니다. 대제사장들의 충동을 받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빌라도가 예수가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여도 무리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지릅니다. 

 

그들 중에는 분명 며칠 전에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호산나를 외쳤던 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모른다 하여 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무지가 곧 무죄는 아닙니다. 무지하기에 충동되는 것입니다. 무지하기에 불의한 세상에 편승하는 것입니다. 무지한 자가 외치는 그 목소리가 세상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 무지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한 것입니다. 

 

타락한 종교 지도자, 불의한 정치 지도자, 무지한 백성들, 이것이 바로 타락한 구약 이스라엘의 모습이요, 나아가 오늘날 죄악된 세상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모든 세상의 죄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셔야 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회마저 이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이 안타깝습니다. 교회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좇으면 안됩니다. 세상의 가치와 기준과 방식을 따르면 안됩니다. 거대함과 웅장함과 화려함을 추구하면 안됩니다. 

 

교회가 타락하면 세상이 소망을 잃습니다. 지도자가 타락하면 백성이 길을 잃습니다. 말씀의 기준이 사라지면 세상의 기준을 따르게 됩니다. 지도자가 바로 서 있지 않으면 무지한 자의 소리에 이끌려 가게 됩니다. 교회와 지도자의 타락은 주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데 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느냐” 빌라도의 물음에 예수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묵묵히 세상의 죄를 모두 짊어지시고 십자가를 향하여 가셨습니다. 

 

주님이 가신 이 길, 아무 대답하지 않고 가신 십자가의 길, 우리도 가야하는 길입니다. 아무리 억울한들, 아무리 답답한들 주님 만큼이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