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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16:12)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제 딸 지은이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어제 하루 지은이 때문에 저의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지은이가 학교에 내려고 쓴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표현에 거짓말이 좀 있는겁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 노골적으로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쓴겁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이런 적이 없는데... 이거는 거짓말인데...' 순간 좀 충격이었습니다.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던 내 딸이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 너무 놀랐습니다. 물론 말이 아니라 글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이해도 됩니다. 저도 많이 그랬으니까요. 글을 쓰다 보면 과장도 되고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쓰게도 됩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제 딸이 그럴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순진한 줄만 알았습니다. 평생 거짓말 같은 건 안할 줄 알았습니다. 많이 실망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 아내에게 말을 했습니다. '아니 지은이가 거짓말을 하네....' '그럴리가요' 지은이에게 바로 물어본 모양입니다. 지은이가 저에게 바로 카톡을 날립니다. 처음에는 했다고 우기려 드는 겁니다. 기억이 안나냐고 되려 저의 기억력을 가지고 공격합니다. 요즘 저의 기억력을 저도 못 믿는지라 잠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분명히 거짓말입니다. 


더 충격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것이 아주 대놓고 거짓말을 하네. 계속 이어서 거짓말을 하네' 열이 올라옵디다. 가만히 있었더니 이어서 계속 카톡이 옵니다. 지도 아니다 싶었는지 이거 이거는 잘못 쓴거다... 변명을 하더니... 조금 후에는 거짓말 했다고 자백을 합니다. '거짓말 했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 페이퍼 제출 안할께요....' 


일단 알았다고 하고서 저는 더이상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서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잘못한 것을 가르쳐 주기는 해야겠는데... 혼을 내야 하나? 조용히 말을 해야 하나? 편지를 써볼까? 순진해서 그런건데, 아직 몰라서 그런건데, 그냥 넘어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저의 마음 안에 이런 것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길게 지은이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분명 화를 내야 할 일인데, 혼을 내야 할 일인데, 다시는 거짓말을 못하도록 따끔하게 가르쳐야 할 일인데, 그렇게 못하겠는겁니다. 딸이 상처를 받을까봐, 자존심이 상할까봐, 너무 미안해 할까봐.... 아빠가 혼내면 딸이 마음이 아플까봐... 못하겠는겁니다. 분명 지적을 해 주기는 해야겠는데 못하겠는겁니다. 지가 잘못한 일을 지적해 주는 일인데도 아빠의 마음은 쉽게 그것을 못하겠는겁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듭니다. 자기도 느끼는게 있겠지, 지가 알아서 깨닫고 뉘우치고 앞으로는 안그러려고 하겠지.... 그럼 그냥 기다려볼까? 아무말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볼까? 그래도 가르쳐 주기는 해야 하니까 감동적인 편지만 써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순간 저의 가슴이 미어짐을 느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내 마음도 그래...... 너를 향한 내 마음도 항상 그래.....'


그러시군요 아버지.... 정말 그러시네요.... 지은이는 아무것도 아니죠. 저는 아버지께 너무 많은 잘못을 하고 살았는데.... 아버지가 너무 실망하실만한, 말도 안되는, 너무 부끄러운 잘못을 많이 했는데.... 그런데도 아버지는 저에게 한 번도 대놓고 혼내신 적이 없으시네요


하실 말씀이 없으셔서가 아니네요. 혼내실 일이 아니어서도 아니네요. 저 때문이네요. 저 마음 상할까봐, 자존심 상할까봐, 많이 힘들어하고 흔들릴까봐, 더 많이 방황하게 될까봐.... 저 때문에 그러신거네요. 그래도 저를 기대하시니까.... 언젠가는 깨닫고 뉘우치고 그러지 않으려고 할 것을 아시니까.... 저를 믿으시니까.... 그렇게 잠잠히 기다리신거네요. 다 저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그러신거네요. 아버지시니까 그러신거네요.....



얼마전 묵상했던 이 시편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여호와는 긍휼이 많으시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고 인자하심이 풍부하시도다 자주 경책하지 아니하시며 노를 영원히 품지 아니하시리로다" (시 103:8-9) 


오늘 시편 기자도 이렇게 노래합니다.


"여호와는 은혜로우시며 의로우시며 우리 하나님은 긍휼이 많으시도다" (5절)


"여호와께서는 순진한 자를 지키시나니 내가 어려울 때에 나를 구원하셨도다" (6절)


내 음성과 간구를 들으시는 하나님(1절), 내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2절), 사망과 스올의 고통에서, 환난과 슬픔에서 건지시는 하나님(3, 4절),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시는 하나님(8절), 그런 하나님이십니다. 


순진하여서, 어리석어서, 아직 몰라서, 미숙하여서, 넘어지고 잘못하는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쉽게 노하지 않으시고, 참으시고, 기다리시고, 긍휼과 인자를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이십니다. 당신의 마음이 아플망정 나의 마음이 아플것을 염려하는 아버지이십니다. 차라리 당신이 십자가를 지시고 나는 아무런 댓가 없이 용서해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런 아버지 앞에 이런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12절) 


정말 무엇으로 보답할까요? 무엇을 드린들 보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한들 보답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이런 마음을 조금 알아주기만 해도 아버지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지은이를 생각하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지은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빠가 몰라서 혼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화가 안나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아빠의 마음이라는 것을 나중에라도 조금 알게 되고, 그래서 좀 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버지가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도 그러실 겁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아버지 마음 아프지 않게 해 드리려고 조금씩 더 노력하고, 그렇게 조금씩 자라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밤 사이 비가 좀 내려서 그런지 맑고 화창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행복한 아침입니다. 


아침 햇살같이 평온하고 행복한 토요일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모두 굿모닝!!^^


* 우리 지은이에게는 제가 이 글 쓴 거 비밀입니다. "쉿!!!!" 아는 척 안해 주시는 센스~~ 다 있으시겠죠?



너무 은혜되는 찬양 한 곡 나눕니다. 오늘 저녁 찬양기도회에서 함께 부를 찬양입니다.  



<주 은혜임을>


......


세상 소망 다 사라져가도

주의 사랑은 끝이 없으니


살아가는 이 모든 순간이

주 은혜임을 나는 믿네